세상에는 늘 ‘빛과 그림자’가 존재한다. 햇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다.
강렬한 햇볕은 양면성을 가진다. 하지만 빛은 크고 그림자는 작게 보인다.
7월의 햇볕은 청포도를 익게 만들고 8월의 폭염은 곡식을 영글게 한다.
벌써 추석을 앞두고 들녘에서 벼를 수확하고 있다. 추석 상에 오를 햅쌀이다.
반면에 과수농가는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출하를 앞둔 과일들이 화상을 입어
상품성이 떨어진다. 정도를 벗어난 한여름의 폭염은 이로움 보다 해로움이 크다.
지칠줄 모르던 폭염이 주춤하다. 입추와 말복이 지나고 선선해진다는
처서에도 맹위를 뽐내던 더위가 한풀 꺾였다. 2016년의 여름, 올해의
폭염은 기록적이다. 낮에는 폭염, 밤에는 열대야의 살인적인 더위가
한밤의 빗방울에 한발 물러 났다. 계절의 순환은 참으로 정확하다.
하늘의 풍경이 다르다. 서늘한 바람이 풀들을 간지럼 매긴다.
하늘은 높고 파랗다. 폭염에 살아 남은 풀꽃들이 피고 있다.
가을소식을 알리는 들국화다.
도덕산에 벌개미취가 활짝 피었다. 일찍 개화한 꽃들은 폭염에
시들었지만 뒤늦게 핀 꽃은 세상을 만났다. 까실쑥부쟁이도 막 개화하고 있다.
쑥부쟁이와 벌개미취는 우리의 토종 가을꽃이다. 늦여름에서 가을초입에
피는 들국화다. 이들은 우리 산하에서 가을을 전하는 파수꾼이다.
사실 들국화라는 이름의 꽃은 식물도감에 없다. 쑥부쟁이, 벌개미취,
구절초, 산국 등을 통칭하여 들국화라고 부른다. 도덕산에 강아지풀이
한들거리고 꽃범의꼬리가 환상적인 자태를 선보인다.
가을이 오기 전에 늦더위가 남아 있지만 도덕산에는 이미 가을꽃들이
접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