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밤이다. 별빛도 없는 안양천에 가로등 불빛이 찬란하다. 끝없이 펼쳐진 가로등이 눈부시다. 어둠 속에서 반짝거리는 불빛이 아름답다. 불빛 사이에 줄을 그으며 촉촉한 실비가 내린다. 비는 앙상한 나뭇가지를 적시고 야간 산책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녹인다. 차가운 겨울비다. 우산이 없지만 비가 싫지는 않다.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길목의 비,봄을 재촉하는 꽃비일 것이다. 안양천의 밤은 화려하다. 비가 내리지만 조깅족, 라이딩족 등의 마니아들이 많다. 산책객들은 대부분 가족동반이다. 부부의 동행은 언제 보아도 아름답다.
별이 빛나는 밤/ 그대와 나 둘이 걸어요/ 행복한 바람이 불어와/ 내 마음 따라 설레요/ 마주보고 있으면/ 가슴에서 하는 그 말/ 사랑해 나 그대 영원토록 사랑해. 가수 다비치의 <별이 빛나는 밤>의 달콤한 멜로디를 흥얼거리면서 안양천 밤거리를 걷는다. 가로등 불빛이 안양천의 적막을 깬다. 낮 동안 경쟁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 조용한 거리를 걷는 맛이 쏠쏠하다. 길을 밝히는 불빛이 꽃처럼 멋지다. 뚝방의 벚나무와 개나리 사이에 비치는 은은한 불빛이 환상적이다.
사실 천변의 벚나무는 뼈만 남아 볼품이 없지만 가지 끝의 꽃망울이 두툼하다. 벚나무 꽃눈은 봄처녀의 입술처럼 춘삼월에 바람만 불면 팝콘처럼 터질 것이다. 아지랑이는 아직/ 바램보다/ 키가 작지만/ 살아 있는 땅/ 어디를 짚어도/ 체온이 온다. /맥박이 온다. 김명배 시인은 <경칩>에서 땅의 숨결에 귀를 기울이면 봄의 체온이 온다고 말한다. 이 비 그치면 반짝 추위가 오겠지만 꽃바람에 봄의 세상이 열릴 것이다. 밤은 깊어가고 가로등 불빛도 고요 속에 잠든다. 밤하늘에 희미한 별빛이 길을 열어 준다.